소장 적법한 직무수행…명예훼손 아니다
입대의 비리 의혹 공고문 직인 날인 및 게시
마근화
 

 대법원, ‘무죄’ 최종 확정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의 비리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담은 비상대책위원회 명의의 공고문에 직인을 찍어 경비원들을 통해 게시토록 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최근 대법원 제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명예훼손죄 등으로 공소가 제기된 부산시 수영구 S아파트 관리사무소장 L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선고했다.
 L씨는 지난 2008년 10월경 피해자인 당시 입대의 회장의 비리가 밝혀진 사실이 없음에도 ‘입대의 비리의혹’이라는 문구가 포함된 공고문에 관리사무소장 직인을 찍어 엘리베이터 입구에 부착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공소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1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L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사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 항소이유를 통해 “L씨는 공고문에 관리사무소장의 직인을 찍고 게시를 승인했을 뿐만 아니라 불과 며칠 전에 피해자의 비리문제를 적극적으로 문제 삼았던 장본인으로서 직접 경비원들에게 공고문을 나눠주며 붙일 것을 지시했으므로 명예훼손죄의 정범에 해당하고, 설령 정범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비대위의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2심 부산지법 형사4부는 “주택법 시행령 제57조 제3항 제3호에 의하면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를 부착하는 행위를 하려면 관리주체 동의를 받아야 하고,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관리주체 동의기준에 관해 지정된 장소에 부착하거나 입주자 등에게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지정된 장소 외에 부착하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는 부동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이 사건 공고문과 같이 공동주택에 부착되는 표지물 등에는 모두 관리주체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동의 여부에 관해 관리주체는 표지물의 내용에 대해 실질적인 심사를 할 권한은 없고 미관을 해치는 등의 형식적인 요건에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표지물의 부착에 대한 동의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공고에 관리사무소 명의 및 직인이 날인됐더라도 이는 비대위에서 아파트 내에 게시물을 부착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를 두고 L씨가 공고에 기재된 의사표시의 주체가 됐다거나 그 내용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설령 L씨가 공고문의 내용이 입주민에게 유익하다는 판단 하에 경비원들에게 공고문을 부착하도록 지시했더라도 이는 게시물 등의 부착에 관한 관리사무소장으로서의 직무를 적법하게 수행한 것에 불과해 비대위와 L씨 사이에 어떤 협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명예훼손 행위의 정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는 또한 “공소사실에서 공고문의 작성주체가 누구인지 특정되지도 않은 이상 L씨를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면서 “원심이 명예훼손에 관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2010/02/17 [05:11] ⓒ한국아파트신문